1959년 미국 시애틀(Seattle)에서 태어난 케니 지(Kenny G, 본명:Kenneth Gorelick)는 부드럽고 낭만적인 선율로 세계에서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이루어 낸 색소폰 연주자이다.
1976년 17세의 어린 나이에 거장 배리 화이트(Barry White)의 러브 언리미티드 오케스트라(Love Unlimited Orchestra) 일원이 되면서 케니 지의 화려한 삶은 막을 올린다. 그의 초기 음악은 펑키(funky) 스타일이었던 듯 하다. 펑키, 디스코 뮤지션으로 유명한 배리 화이트의 휘하에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다음으로 가담한 밴드 역시 로컬 펑키 그룹인 콜드, 볼드 앤 투게더(Cold, Bold & Together)였다. 재즈 악기로 통하는 색소폰으로 단순한 형태를 가진 팝 음악을 연주한 셈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케니 지의 음악관은 다소 바뀌어 있었다. 글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의 음악에 매력을 느꼈고, 제프 로버스 퓨전(Jeff Lorber's Fusion)을 거치며 재즈 뮤지션으로서 성장해 나간다. 제프 로버스 퓨전에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명성을 얻은 그는 1982년 아리스타(Arista)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하고 셀프 타이틀의 데뷔 앨범 「Kenny G」를 발표한다. 케니 지의 음악이 처음부터 대중들의 귀를 확 사로잡은 것은 아니었다. 데뷔 앨범은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1983년 작 「G Force」, 1985년 작 「Gravity」까지도 팝계에 충격을 줄 만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케니 지의 대중적 성공은 1986년 작 「Duotones」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흐르는 소프라노 색소폰의 유려한 선율이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고, 수록곡인 'Songbird'는 연주곡임에도 불구 차트 탑텐에 진입하는 힘을 과시한다. 앨범은 300만장 이상 팔려 나갔고, 이후 그의 활동은 승승장구였다. 1988년 작 「Silhouette」에서는 동명 타이틀인 'Silhouette'이 큰사랑을 받았으며, 1989년 발표한 「Kenny G Live」역시 인기를 누렸다.
자신의 앨범 말고도 케니 지의 이름은 여러 곳에서 울려 퍼졌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lanklin),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나탈리 콜(Natalie Cole) 등 흑인 디바들의 앨범에 참여하였으며, 1989년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의 「Soul Provider」에도 참여하여 마이클 볼튼의 때늦은 성공에 한 몫 거든다. 자신의 앨범은 물론 다른 유명 뮤지션들의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하며 지명도를 높여 나가던 그는 1991년 걸프전 참전 군인들에 대한 걱정을 담은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의 프로젝트 앨범 「Voices That Care」에 참여하였으며,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Dying Young」 사운드 트랙에 참여, 'Theme from Dying Young', 'Hillary's Theme' 등 너무나 아름다운 곡들을 선사하며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케니 지는 「Voices That Care」에서 작업한 바 있는 거물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와의 인연을 다음 앨범으로 이어간다. 데이빗 포스터가 프로듀싱을 맡은 1992년 작 「Breathless」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이전 앨범들, 또 거물급 뮤지션들과의 협작을 통해서 키워진 케니 지의 명성은 「Breathless」의 성공을 이미 예고하고 있었으며, 거기에 더해진 데이빗 포스터라는 걸출한 프로듀서의 이름은 케니 지의 앨범이 절정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더해줬다. 앨범은 미국에서만 800만장 이상이 팔려 나갔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 없는 판매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 북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앨범에서는 국내 토크쇼 등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어 친숙한 'Forever in Love'이 히트했고, 걸출한 흑인 뮤지션 아론 네빌(Aaron Neville), 피보 브라이슨(Peabo Bryson)의 보컬이 담긴 'Even If My Heart Would Break', 'By the Time This Night Is Over' 등도 사랑 받았다.
1994년 발표된 크리스마스 앨범 「Miracles: The Holiday Album」은 캐롤 앨범임에도 미국 앨범 차트 정상을 밟았고, 현재까지도 시즌마다 사랑 받으며 꾸준히 팔려 나가 미국에서만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1996년 발표한 「The Moment」는 당시 흑인 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었던 두 명의 뮤지션 토니 블랙스턴(Toni Braxton)과 베이비페이스(Babyface)가 각각 'That Somebody Was You', 'Every Time I Close My Eyes'에 참여했다. 'Every Time I Close My Eyes'는 베이비페이스와 케니 지의 앨범에 모두 수록되어 두 뮤지션 모두에게 성공을 안겨 주었다. 동명타이틀의 연주곡 'The Moment', 이국적 느낌의 'Havana' 등도 인기를 누렸다.
1999년에는 팝의 고전들을 커버한 「Classics in the Key of G」를 발표한다. 스탠다드 팝 'Stranger on the Shore',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곡으로 영화 '접속'에 삽입되기도 했었던 'The Look of Love', 조지 벤슨(George Benson)이 함께 한 재즈 최고의 고전 'Summertime' 등이 수록된 이 앨범에는 컴퓨터 기술로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보컬에 케니 지의 연주를 덧입힌 'What a Wonderful World'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거침없는 인기 행진을 보여주었던 그이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그 인기는 서서히 내려가는 눈치다. 특별히 새로운 싱글 또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999년 크리스마스 앨범을 하나 더 내었을 뿐 별다른 창작 활동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글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영향을 받은 만큼 케니 지의 음악은 멜로디에 크게 의존해 왔다. 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임프로바이제이션, 즉 즉흥연주를 최소화하고 멜로디를 중요시 해 온 그의 스타일은 재즈 매니아들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었다. 재즈 매니아들은 케니 지의 음악을 재즈적 향취 없이 상업성에만 물들어 있는 것으로 간주했고, 그의 음악을 재즈로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재즈적 깊이가 어찌 되었건 케니 지가 이루 어 낸 기념비적 성공과 전 세계 대중에게 선사한 따사로운 음악들은 '케니 지'라는 이름을 음악사에 길이 남겨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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