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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toma - Haris Alexiou

청가헌 (聽可軒) 2022. 2. 26. 10:50

Patoma / Haris Alexiou  

         (비가 내리네)   
잠이 깬 소녀처럼
비의 맑은 리듬 소리에
나도 잠이 깨었습니다
낮인지 밤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쏟아지던 빗줄기는
어느새 폭우로 변했고
폭우 속에 오신 님은
광폭의 소음(騷音)으로,
현란한 선율의 리듬으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내 가슴을 적시었습니다
내 뺨을 때리며
가슴으로 흘러내린 비
뜨거운 가슴을
식혀 주는듯하더니
또다시 그리운 마음에
사랑의, 불꽃을 당기었습니다.

하리스 알렉시우 (Haris Alexiou  1950. 12.27 - 그리스)

하리스 알렉시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폐막식에서 노래한 바로 그 주인공이다.

벌써 음악계 입문 40년을 맞고 있는하리스 알렉시우는

그리스의 대중 음악과 전통 음악을 모두 아우르는 그리스 음악계의 상징이다.

 

그리스의 전통 음악으로는 보통 렘베티코(또는 렘베티카), 디모티코(디모티카), 라이코(라이카) 등을 들 수 있는데,

하리스 알렉시우는 이 전통 형식을 따르는 그리스 음악 장르를 모두 소화한 몇 안되는 여성 가수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기차는 8시에 떠나고'를 포함해 로리나 맥케닛의 '에보라의 탱고', 러시아 곡으로 알려진

'백학' 등을 부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하리스 알렉시우가 빛나는 이유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리스 대중음악과 전통음악을 살찌우는 존재라는 점이다.

 

또한 90년대 말부터 하리스 알렉시우는 훨씬 부드럽고 순한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2000년도 음반 'Whispers(속삭임)'를 정점으로 예전 데뷔 시절 음악들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료한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것은 그리스 사회가 10년을 주기로 커다랗게 바뀐 것과 관련이 있는데,

하리스 알렉시우가 보냈던 10대와 20대 데뷔 시절은 군사 쿠데타 등

그리스 현대사가 매우 복잡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후 80년대에는

 

그리스에 민주 정부가 들어서고, 이후 90년대를 지나 오늘의

그리스는 유럽 공동체 회원국으로서, 그리고 21세기 첫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로서 자신들의 문화 전통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하리스 알렉시우의 음악은 바로 이런 그리스 사람들의 문화적 자존심을 대변한다. 

하리스 알렉시우의 음악들 가운데 그리스

전통에 충실한 음악을 즐기려면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에 공개된

미노스 EMI 시절의 음악을 추천한다. 이 시대에

 

'기차는 8시에 떠나고', '백학' 등이 발표되었으며,

80년대 말부터 90년대 후반까지는 음반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로리나 맥케닛의 곡을 그리스어로 부른

 

'네펠리스의 탱고'나 브레고비치의 영화음악을

그리스어로 부른 곡들이 좋다.물론 우리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반 가운데에는 2000년에 공개되었던 'Whispers(속삭임)'가 단연 최고다.

 

중년을 넘긴 한 여인의 과거와 현재를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조망하는 이 음반에서는

'Patoma(마루)'가 백미인데, 바닷가에 지은 사상누각과 같은 허무한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2001년 음반 'Faraxeno Fos(이상한 빛)'에서는 70년대에

소개되었던 음반들과 비교해볼 때 더욱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그리스 현지를 제외한다면 그의 음반은 비교적 구하기가 수월치 않지만,

최근에 공개된 두 장짜리 베스트 음반이 매우 알차기 때문에 이 한 장으로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고 즐기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